아기침대에서 혼자 잠들게 하기까지의 길고 긴 여정 (어쩌면 육아팁)
우리 민하는 혼자서 자는 걸 잘 하지 못해서 매번 안아서 재워야 하고, 자다가 깼을때도 옆에 사람이 없으면 다시 잠들어하는걸 어려워하는 아기였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온 후 사흘 정도는 아기침대에서 민하를 재웠었는데, 수유텀이 두시간 반에서 세시간인 아이가 밤 중에는 거의 한시간 간격으로 울어대서 엄마아빠도 민하도 제대로 잠을 자기가 어려웠다. 안정감을 주려고 쪽쪽이도 써 보았지만 자꾸 빠지는 쪽쪽이 셔틀을 해주느라 더 힘들기만 했다는;;
그래서 어른 침대에 민하를 구석에 두고 같이 자기도 해 봤으나, 민하가 잠은 길게 잘 수 있을지언정 푹신한 이불이나 우리의 무의식적인 몸부림에 의해 아기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내가 도무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침대도 퀸사이즈라 너무 좁기도 했고...
그래서 결국은 출근도 해야하고 디스크가 있는 남편은 침대에서 자고, 나는 아기랑 바닥에서 자기로 했다. 나도 사실 체형상 바닥생활이 잘 맞지는 않지만 그나마 이 방법이 최선일 것 같았다.
아기와 붙어서 자니까 그나마 잘 자기는 했었다. 단지 중간중간 깨서 놀아달라는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거나, 자면서 용쓰고 끙끙거리고 있으면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새벽에 맘마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는 일이 아무래도 바로 옆에서 자고 있는 내 일이 되어버린다 (남편도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리면 재깍 나와서 도와주고 새벽수유도 해주었지만 내가 그냥 해버리는 날이 많았다). 심지어 새벽에 먹으면서 응가폭탄을 자주 날리는 아가여서 물로 씻기고 옷도 갈아 입히기라도 해야하는 날은 잠을 거의 못자게 되더라.
이렇게 몇 주 지내다보니 피로가 누적되고 예민해졌는지 나는 어느새 남편의 행동에 대해 잔소리도 볼멘소리도 잦아지고 있었다. '내가 조금 더 힘든 것 같고 아이낳느라 몸도 상했는데 이런 일은 남편이 좀 알아서 더 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버렸달까? 아기와 둘이서 바닥에서 자는 걸 남편이 원해서 한 배려도 아니면서 나는 남편이 무언가 더 해주기를 바랐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어서 빨리 아기가 혼자서도 잘 자는 방법을 찾아서 나도 매트리스 위에서 편히 푹 자야 남편과도 아기와도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50일로 접어든 시점에 어제부터는 기저귀 갈이대로 전락한 아기침대를 본래 용도로 쓰기로 결심했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울면서 깨어나도 달래서 다시 눕히자 각오하고서.
첫 시도는 30분만에 보기 좋게 실패했다. 집이 떠나가라 세상 서럽게 우는걸 겨우 달래고서, 요즘 부쩍 졸릴때마다 안긴 자세로 팔이나 가슴팍에 엄청 비벼대던 것에 착안하여 묘수를 떠올렸다. 두 번째 시도에는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서 적당한 사이즈의 베개에 입혀 아기침대 구석에 두고서 잠이 들락말락 하는 아이를 눕혔더니, 자연스럽게 베개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스르륵 잠이 드는 것이 아닌가! 이럴때 쓰나요 유레카...?
그렇게 재우니 배고플때만 깨고 (중간에 살짝 칭얼거리긴 했지만 자세만 다시 잡아주니 금방 다시 잠이듬+_+) 아기도 훨씬 잘 자고 일어나는 느낌이다. 오늘은 좀 더 완벽한 수면을 위해 '가짜엄마베개' 소매에 수건을 돌돌말아 끼워넣고 부피감을 주니 아기침대에서 혼자 재우기 미션에 고지가 보이는 듯 하다!
이 베개가 너의 애착인형이 되어버리지만 말자. 오늘도 쑥쑥 크느라 고생하는 우리 아가 푹 자고 내일 아침에 봐♡♡(얼른 통잠자는걸 보여줘!)
[키로쿠 아내가 작성함]